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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후 세계가 있으면 좋겠다
20-09-01 16:36
우리 아버지 나 중2때부터 암투병 하시고
고1때 수술 성공적으로 되고 잘 되었나 했는데
고3때 재발하셨어. 그래서 고생하시다가
20살때 당뇨가 오고 21살때 암이 갑자기
줄어들고 소강 상태 되고  주치의는 아버지 케이스로
논문도 쓸 정도로 기적적이었어. 어머니도 엄청
지극 정성으로 없는 형편 가정 다 털어서
봉침 치료랑 감자 갈아 마시게 하고
고집쟁이 아버지 낫게 해드리려고 이것저것
다 하셨지. 전업주부셨고 일을 해본 적 없던 분이
온갖 일 다 하시고.. 나 역시 고1때부터 일을
쉬어본 적이 거의 없네. 

쨌든 무엇으로 사라진건지 모르겠지만 암은 사라지고
아버지께선 건강 관리에 소홀해지시고
하루에 담배 3갑씩 태우시면서 젊었을 적 하시던
일을 다시 시작하셨어. 건강하셨을 때는 업계에서
전설 소리 들으면서 17년 넘은 후에 복귀하셔도
대우받으셨지. 건강 관리 안하시다보니 패혈증도
오고 이래저래 큰 질환으로 돌아가실 고비 몇 번이고
넘기셨어.

그러면서도 언제나 건강히 되돌아 나오시고
살아남으셨지.

나는 서울에서 직장 생활 하다가 타 지역에서
지금 살고있어. 아버지 밑에서 일하다 너무 많이 달라서
내 길을 가는 상태였고.
그렇게 어머니 아버지 두 분이 서로를 의지하고
의지도 하고 싸우기도 하며 그렇게 지내셨어.

참 평온했던 일요일 저녁때 난 저녁 식사를 하고 
있었지. 전화가 울려 액정을 확인하니 어머니라
반가워서 어~ 엄마~  했는데 심상치가 않은거야
한동안 정적이 있고 막힌 숨을 내뱉듯이 

ㅇㅇ아- 아빠 돌아간 것 같애 숨을 안쉬어!!

나는 머리속에서 그게 이해가 잘 안됐고

아 무슨 소리야! 만져봐 불러봐!

했지.
어머니는 숨을 마시며 얘기하듯

야  안움직여 숨을 안쉬어 안쉰다고!!!!

하는데 진짜 패닉 오더라 
아버지는 갑작스런 심장마비로 돌아가신 거래
심장질환도 딱히 없었고.

나는 분명 뭐라 얘기하는데 목에서는 동물 우는 소리같은
소리만 나고 간신히 구급차 빨리 부르라고 하고
끊고 동네에 있는 내 친구들한테 전화를 돌렸어

빨리 서울로 가야하는데 시발 ktx 만석이고
입석으로 탄다니깐 코로나때매 안된다는 자동응답기
같은 소리만 하고 미쳐버릴거 같더라
고속 터미널가서 서울 제일 빨리 가는거 달라니까
2시간 뒤에 있대고 진짜 정신병 걸릴거 같았어

어찌저찌 서울에 가고 상주 차고 서서 
무너지듯 울다가 그게 가신 분에게 좋지 않다네
그래서 어금니 꽉 물고 장례 치뤘다
영정 사진 아버지 표정이 너무 편안했고
입관식때 아버지 표정이 너무 편안해서
많이 편해졌어

중간중간에 거래처 새끼들이 아버지 거래처 명부
넘기라는 새끼들 있어서 좆같았지만 아버지
모시는 것만 집중했어. 

장례 끝내고 어머니 무너지시는 거 걱정되서
제대로 일도 못하고 어머니 곁에 최대한 있으려 했네

지방으로 다시 와서 생활하다가 이따금씩 울컥 치밀어 
오르더라. 혼자 주저앉아 울고. 무너지고
혼자 설거지할 때, 산타할아버지가 선물 주고 갔다고
믿고 있던 시절 레고를 받았는데 내가 완성 못하니까
밤새서 완성 시키던 아빠 뒷모습, 롯데리아 치킨버거
등등

그제가 49재 어제가 아버지 생신. 음력이라.
다 치루고 지방 집에 왔는데 포텐간 군대 얘기 보니까
얘기하고 싶어졌어. 그리고 많은 사람이 좋은 곳으로
가시길 빌어준다면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에
죽고나면 통나무다 그냥 끝이다 라는걸 받고 싶지
않기에 많은 분들이 좋은 곳에 가셨으면 하고
생각해주길 바래서 이렇게 글 쓰네
나도 사람이 죽으면 그 사후세계엔 회의적이었는데
믿을만한 것이 아니라.
근데 믿고 싶다..

두서없이 감정이 앞 선 엉망진창 글 읽어준 분들은
고마워